[9] 雲騰致雨(운등치우)
[9] 雲騰致雨(운등치우)하고 : 구름이 오름에 비를 이루고
[10] 露結爲霜(노결위상)이라 : 이슬이 맺혀 서리가 된다.
雲(구름 운) 騰(오를 등) 致(이룰 치) 雨(비 우)
[총설]
앞서의 구절들에서는 거대한 우주의 운행 속에서(天地玄黃 宇宙洪荒) 음양의 交易이
이루어지는데 여기에서 일월의 낮과 밤이 생기고(日月盈昃 辰宿列張), 낮과 밤이 쌓여 四時가 오고가며(寒來暑往 秋收冬藏), 1년간 쌓이는 해와 달의 운행 차이로 말미암아
윤달을 두는 이치(閏餘成歲 律呂調陽까지를 담아내고 있다.
여기에서는 천지의 음양 두 기운이 교통하는 가운데 기후 변화가 이루어짐을 因果律로써 표현하고 있다. 즉 구름이 모여 비가 내리고 찬이슬(寒露)이 내린 후에 서리(霜降)가 내림을 통하여 24절기의 기후 변화를 압축해 설명하고 있다.
주역의 건괘( ) 단전(彖傳)에 "구름이 행하고 비가 베풀어져 모든 물건이 제각기 모양을 갖춘다(雲行雨施 品物流形)"고 하였듯이 음양의 사귐이 있어야만이 만물이 생성됨을
설명하고 있다. 남녀의 사귐을 운우지정(雲雨之情)이라고 한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한편 주역의 곤괘( ) 初六에 "서리를 밟으면 굳은 얼음이 이르느니라(履霜하면 堅氷이
至하나니라)"고 하였다. 양이 가장 아래에 있는 것을 초구, 음이 가장 아래에 있는 것을 초육이라고 한다. 주역의 효사를 지은 주공은 처음 나오는 음효인 곤괘 초육에 서늘해진 음의 기운이 서리가 되고(履霜) 마침내 추워져 굳은 얼음이 이르는 이치를 말하였다(堅氷至). 곤괘가 순음인 괘이고 음은 거두어 갈무리하는 때이므로 가을과 겨울의
기후변화로 설명한 것이다.
모두가 음인 땅괘는 草木歸根의 때인 음력 10월에 해당한다. 양이 하나도 없는 10월을 양달(陽月)이라고도 하는데, 양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이른다. 10월인 곤월(坤月)이
되면 서리가 내리고 '草木歸根之時'로 초목이 모두 뿌리로 돌아간다. 그래서 군자가
서리를 밟고 '有惻隱之心', 즉 울적하고 슬퍼지는 마음이 발동되는 것이다. 모든 나무도 역시 뿌리로 돌아가는데 하물며 사람이 되어서 뿌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때 조상을 생각하여 묘소를 찾아가 해마다 한 번씩 제사지내는 것이고, 서리를 밟고 와서 하룻밤 서로 모여 정담을 나누는 누각이라고 하여 묘제를 지내는 누각을
이상루(履霜樓)라고 한다.
이상견빙지(履霜堅氷至)는 서리가 내리는 10월이 지나면 얼음이 어는 동짓달(11월)이 이르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음이 점차 커지고 단단해진다는 뜻이다. 사람이 악한 데로 길들여지면 나중에는 굳어져 풀래야 풀 수 없으며 초기에 치료하지 않아 병이 깊어지면 치유가 불가능해지는 것에도 비유해 볼 수 있다.
곤괘 대상전(大象傳)에서 공자는 '서리를 밟으면 굳은 얼음이 이른다는 것은 음이 처음 엉겨 붙어 점차 굳어지고 단단해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어린 음일 때부터 순히 길들여서 유순정고한 음의 도리에 잘 이르도록 인도해야 한다는 뜻이다
(象曰 履霜堅氷은 陰始凝也ㅣ니 馴致其道하야 至堅氷也하나니라).
참고로 음양에 관한 개념은 공자가 주역에서 처음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주역에서
건괘 초구는 처음 나오는 양효이므로 공자는 그 대상전에서 '潛龍勿用은 陽在下也라'
하였고 곤괘 초육은 처음 나오는 음효이므로 그 대상전에 '履霜堅氷은 陰始凝也라'고
하였다. 즉 주역의 맨 첫번째와 두번째 괘인 하늘괘와 땅괘의 가장 첫 효에서 양과 음이 언급되어 나왔음을 알 수 있다.
33. 雲(구름 운) : 雨(비 우)部
雲은 비를 뜻하는 雨에다 공기가 회전하여 올라가는 모습을 단 云(이를 운)을 합해서
비를 내리게 하는 구름을 가리키는 회의형성문자이다. 원래 云은 雲의 古字이었으나
지금은 사람이 말할 때 입김이 밖으로 퍼져 나온다는 뜻에서 '이를 운'으로만 사용한다.
雲과 陰은 그 글자의 의미가 서로 통한다. 陰의 오른쪽 아래 부분에 있는 云을 놓은
까닭도 구름이 모여 햇볕을 차단함으로써 그늘이 지는 것을 말한 것이다.
云(二部)의 二는 상하의 하늘과 땅을 합친 숫자로서 천지의 사이를 뜻하고 아래의
厶는 공기가 올라가는 형상이므로, 地氣가 하늘 위로 올라 구름을 이룬다는 뜻이다.
二는 땅을 대표하는 수로서 구름과 이에 다른 그늘에 대한 뜻도 들어 있다.
대개 厶(사사 사, 마늘 모)는 주머니 형상으로서 자신의 私적인 소유물을 뜻하기도
하므로 云은 땅에서 거둬진 기운이 모여서 하늘로 오르는 것이다.
34. 騰(오를 등) : 馬(말 마)部
騰은 勝(이길 승)과 음과 뜻이 통한다. 力(힘 력) 대신에 馬를 넣어 거친 말을 잘 다스리고 이겨서 마침내 말위로 올라타는 것이 騰이다.
또 한편으로는 券(문서 권) 아래의 刀를 생략한 형태에 舟의 변형체인 月을 보탠 글자인 朕(조짐 짐, 나 짐)에다 馬를 합한 글자로 볼 수도 있다. 朕은 천자가 자신을 낮추어
부르는 호칭으로 쓰이지만 본래는 양쪽으로 갈라진 틈새를 뜻한다. 그러므로 騰은 뱃전 틈새로 솟구치는 물과 같이 말이 뛰어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계된 글자로
滕(물솟을 등)이 있다.
[참조]
* 朕은 조짐(兆朕)의 뜻이 있다. 옛날에는 점을 칠 적에 거북의 마른 껍질을 구워서
등위에 갈라진 균열된 형태를 보고 점을 쳤으며, 그 형상을 본뜬 글자가 兆이다.
틈새가 벌어지고 갈라지는 뜻에 있어서는 兆나 朕이나 마찬가지이다.
* 券(문서 권) : 거래 계약을 맺을 때 양쪽(半 + 半)에서 각기 나누어(刀) 보관하는
계약서 등의 문서를 말한다.
* 卷(말을 권, 책 권, 구부릴 권) : 팔다리의 관절이 한쪽으로만 구부러지는(㔾: 마디 절, 節의 약자인 卩의 변형) 것과 같이 대쪽을 갈라 글을 쓴 후 끈으로 엮어맨 책을 의미한다. 옛날에는 죽간(竹簡)으로 만든 책을 둘둘 말아 보관하였다.
* 拳(주먹 권) : 양손의 손가락(手)을 모두 말아 움켜쥔 상태의 주먹을 의미한다. 반면
손가락을 편 상태인 손바닥을 掌(손바닥 장)이다.
* 眷(돌아볼 권, 돌볼 권) : 좌우 양쪽을 모두 살펴보는 것으로 잘 돌봄을 의미한다.
35. 致(이룰 치, 이를 치) : 攵(攴: 두드릴 복)部
致는 목적지에 이르렀다는 至(이를 지)와 치고 두드린다는 攵이 합한 것으로 채찍질
하거나 고무진작(鼓舞振作)하여 끝내 목적지에 이르게까지 한다는 뜻이다. 至는
정점에 완전히 이른 상태를 말하고, 목표에 이르기까지의 완료과정은 致로써 표현한다.
至는 일반적으로 새 또는 화살이 내려와 땅에 '이르렀음'을 의마한다고 본다.
역학적으로는 땅(土)이 만물의 모체(厶, 주머니 형상으로 자궁을 뜻하기도 함)로서
하늘의 기운을 받아 어린 생명(一)을 길러내는 것으로, 출산의 때가 '이르다'는 뜻이다. 나아가 두터운 땅의 덕이 지극하므로 '지극할 지'로 쓰인다.
하늘은 大, 땅은 至로써 일컬으니 천지부모의 德을 至大하다고 한다.
36. 雨(비 우) : 雨部
雨는 帀(두를 잡)과 水(물 수)를 합한 글자 형태로 수증기가 하늘로 올라 두터운 구름을 이루고 마침내 엉긴 물방울이 무거워져 비가 되어 아래로 떨어짐을 표상한 것이다.
帀은 수건(巾 : 수건 건)이나 천 등으로 띠를 두른(一) 것으로 '둘러싸다'는 뜻이다.
대개 巾에는 천으로 아래 부위를 가리는 데에서 '덮다'라는 뜻이 있으므로 위에서
아래를 잘 감싸서 다스리는 뜻으로 보기도 한다.
* 帝(임금 제), 帥(장수 수, 거느릴 솔), 布(베 포, 펼 포), 師(스승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