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중매
2007. 11. 22. 13:55ㆍ[포토]/.....들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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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더욱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은 나무에 조금씩 눈이 쌓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쌓인다면 교정에 핀 매화꽃 위에도 눈이 쌓일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눈이 쌓인 매화꽃을 만나다니, 그 황홀한 기대에 출근길이 그렇게 길었는지 모릅니다.
설중매, 꽃잎들은 힘겹게 버티고 있었습니다. 서러울 것 같이 청순한 푸른 매화 꽃잎이 쌓인 눈 아래에 꿋꿋하게 피어 있었습니다. 꽃잎이며 수술과 암술 모두 당당하게 그 얼굴을 드러내며 눈발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습니다.
매화 한 번 제대로 찾아볼 여유도 없이 전해진 매화 소식에 그렇게 지나버린 세월 따라 내 자신의 바쁜 삶을 되돌아 볼 여유도 없었던 것이지요. 매화가 피었다면 이제 벚꽃이 필 때인가 하는 의문도 가져보지 못하고 또 세월의 줄달음에 떨어지지 않으려 발버둥쳤던 것이지요.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아요. 분명 봄꽃 중에서 가장 일찍 핀다는 산수유꽃도 3월 중순 정도에 피었던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매화도 3월 중순이 넘어야 피어났던 것이고요. 하얀 목련은 분명 4월이 다 되어서 피었던 것이지요. 그랬던 것이 금년 겨울은 너무 따뜻하여 자연이 일찍 깨어난 것이지요. 눈도 그리 많이 내리지 않았고, 한강 물도 얼지 않았다는 소식이며, 너무 따뜻한 겨울로 지구 온난화의 재양이 시작되었다고 야단이기도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예년 같으면 3월 중순경에나 피어나던 그 매화가 신입생 입학식에 맞추어 청순한 꽃을 피우니 눈길이 자주 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어요. 따뜻한 봄 때문에 자연의 질서마저 앞당겨진 현실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던 것이구요.
광주지역에도 눈발이 날리는가 싶더니 금방 녹아버리더군요. 그래도 혹시나 하고 카메라를 들고 다녔답니다. 내 평생 눈이 내릴 때 핀 매화를 보지 못했던 것 같거든요. 아니 매화가 피었을 때에 눈이 내렸는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꽃 위에 쌓인 눈은 보지 못했어요. 선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설중매를 그리워하고 있었지요. 아니 눈에 덮인 매화꽃 사진을 한 번 찍어보고 싶은 열망이 늘 가득했겠지요. 그런데 눈에 덮인 매화꽃을 만나기란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대부분 3월 중순이 넘어서 피는 매화에 눈이 내리는 것은 쉽지도 않고요. 또 눈이 내린다고 해도 3월에 내린 눈은 금방 녹아버리기 때문에 매화꽃 위에 눈이 쌓이지가 않거든요.
눈 속에 핀 매화꽃을 설중매(雪中梅)라고 하지요. 고매한 선비정신에 비유돼 조선시대 시인 묵객들의 그림이나 시 속에 많이 등장하여 칭송받던 꽃이랍니다. 그런데 사실은 설중매를 보기가 쉽지 않답니다.
그러니 엄밀하게 따지면 우리나라에는 설중매가 없는 것입니다. 간혹 사진으로 보도되는 설중매는 봄에 핀 꽃에 눈이 내렸을 뿐 겨울 눈 속에서 피는 중국 강남지역의 설중매는 아닌 것이지요. 그래서 국의 설중매를 선망한 조선시대 선비들은 화분에 매화를 키워 겨우내 방안에 들여놓고 꽃을 피우기도 하였고요.
늘 봄이면 그 청순하며 깨끗하게 다가오던 매화가 설중매로 변하여 눈앞에 나타났으니 그 설렘을 무어라 표현할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답니다. 그 순간에도 평생 처음 만나는 감동이 하늘하늘 하늘에서 바람을 타고 내려와 꽃잎 위에 계속 쌓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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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sterdam Sur Eau(물위의 암스텔담)
Claude Ci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