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노래 -동그라미에 담아 보낸 그리움
1) 주숙정의 동그라미
남송(南宋) 때의 여류 작가 주숙정(朱淑貞). 그녀는 영해(寧海) 사람으로, 어려서부터 열심히 공부하여 금(琴) 연주에 능하였으며,
그림과 시(詩), 사(詞) 등에 뛰어났다. 그녀는 꽤나 글공부를 한 어떤 상인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다. 결혼 후, 그녀의 남편은 장사 때문에 오랫동안 먼 곳에 가있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었다.
주숙정은 남편을 그리워하며 편지를 보냈다. 남편은 편지 봉투를 뜯어보았지만, 편지지에는
글자 대신 크고 작은 동그라미들만 가득하였다. 그녀의 남편은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문득 바람이 불어 편지지가 바닥에 떨어졌다. 동그라미의 의미를 몰라 고민하던
주숙정의 남편은 편지지의 뒷면에 조그맣게, 그리고 또박또박 적힌 글자를 발견하였다.
동그라미 편지에 대한 해석이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그리운 마음 기댈 곳 없어, 동그라미 그려 달래봅니다. 하고픈 말 동그라미 밖에 있고, 드리고 싶은 마음 동그라미 안에 있습니다. 하나 그린 동그라미는 저이고, 두 개 그린 동그라미는 당신입니다. 당신의 마음은 저에게 있고, 저의 마음은 당신께 있습니다. 달은 기울었다가 다시 차고, 찼다가는 다시 기웁니다. 제가 두 개의 동그라미를 아주 가깝게 그렸기에, 당신은 저의 마음을 아실 것입니다. 말로 다하지 못하는 그리움은 동그라미처럼 돌고 또 돕니다....."
얼마 후, 주숙정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남편은 그녀의 묘 앞에 비를 세웠다.
묘비에는 그녀가 썼던 이 시가 새겨져 있었으니, 이름하여 <권아사(圈兒詞)>! 라고 하였다.
2) 얼굴 (심봉석 작사 신귀복 작곡)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피어나던 하얀 그 때 꿈을
풀잎에 연 이슬처럼 빛나던 눈동자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무지개 따라 올라갔던 오색빛 하늘 나래
구름속에 나비처럼 나르던 지난 날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지금으로부터 800 여 년 전에 쓰여진 주숙정의 시는 우리가 즐겨 부르는 얼굴이라는
노래가사와 더불어
동그라미로 그리움을 담아낸 아름다운 대표적인 시라고 할 수 있겠다.

3) 동그라미 사랑
단 한번이라도 동그라미를 그려본 사람은 안다. 완벽한 원을 그린다는 것이 그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세상 어디에도 완벽한 것은 없다.
비단 우리가 완벽한 원이라 여기던 것도, 기실, 알고 보면 완벽에 가까운 원일뿐 완벽한 원은 아니다.
한 때 나는 각이 없는 사랑을 꿈 꾸었다. '사람'이 '사랑'한다는 것은 어쩌면 두 단어의
밑 받침처럼 그렇게 ㅁ을 ㅇ으로 다듬는 삶의 조각과 같은 것일지도..
그렇다 원에는 각이 없다. 각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것은 이미 원이 아니므로.
그러나 또 기억해야 하리라. 완벽에 가까운 원 조차도 그 처음은 하나의 각부터 시작했다는 것을..
그 인고의 모서리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모여서야 비로소 온전한 동그라미로 거듭날 수 있었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아 자꾸만 모서리가 는다고 걱정하지 말일이다. 그것은 우리의 사랑도 조금씩 원에 가까워 지고 있다는 신호.
세상 구르는 것이 모두 원은 아니듯 너와 나의 사랑이 아직 원이 아니라 해서 어디 그리 쉽게 멈춰진다 하드냐?
세상 어디에도 단 한번의 손짓만으로 완벽한 원을 그린 사람은 없다.
사랑하는 나의 사람아 우리 사랑 원이 아니라 해도 영원히 원이 되지 못한다 해도 나는 기쁘다.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잠든 그대를 원 없이 사랑할 수 있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