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재에서 우연히 읊다 / 윤선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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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광의 탄선토시(呑禪吐 詩) <1>
“시인이 아니면 시를 바치지 말라”
樂書齋偶吟 尹善道
眼在靑山耳在琴 世間何事到吾心 滿腔浩氣無人識 一曲狂歌獨自吟
낙서재에서 우연히 읊다 윤선도
눈은 청산에 있고 귀는 거문고에 있으니, 세상의 무슨 일이 내 마음에 이르랴. 가슴속 가득한 호연지기를 아는 사람 없어 한 곡의 미친 노래를 홀로 읊노라.
윤선도(尹善道). 1587~1671. 호(號)는 고산(孤山), 조선시대 문인, 문집으로 〈고산유고(孤山遺稿)〉가 있다.
주해
滿腔 만강 : ① 가슴속에 가득 참. 浩氣 호기 : ① 호연지기(浩然之氣). 浩然之氣 호연지기 : ① 〈맹자(孟子)〉, ‘공손추장구(公孫丑章句)’, “敢問 何謂浩然之氣 曰 難言也 其爲氣也 至大至剛 以直養而無害 則塞于天地之間 其爲氣也 配義與道 無是也.”
시방가할(詩棒歌喝)
고산 윤선도가 물외의 가경인 보길도(甫吉島) 격자봉(格紫峯) 밑에 집을 지어 낙서재(樂書齋)라는 편액을 달고 유유자적하며 읊은 시이다. 내가 암송하고 있는 천여 수의 시 가운데, 20대 나의 심금을 울린 시이기도 하다. 눈은 푸른 산을 바라보고, 귀는 줄 없는 거문고를 타니, 티끌세상의 온갖 일이 꿈속의 꿈이로다. 삼세제불과 역대 조사의 콧구멍을 꿰뚫어 버리고, 재 머리 흙 얼굴로 저자에 들어가 손을 드리우나, 천진불(天眞佛)을 아는 이 없어, 한 곡의 겁외가(劫外歌)를 홀로 읊어 보노라. 아! 청산과 벽해가 아니면 누구와 더불어 세상을 초탈한 교제(超世之交)를 하며, 줄 없는 거문고와 구멍 없는 피리가 아니면 누구와 더불어 태평가(太平之歌)를 부를꼬? 검객이 아니면 검을 바치지 말고, 시인이 아니면 시를 바치지 말라. ?!
각승굴주(角乘窟主) 한중광 hornyana@hanmail.net
한중광(韓重光)은 고려대학교 법학과, 동국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에서 불교학을 연찬하고, 현재 각승굴(角乘窟)에서 참선과 저술에 매진하며 성균관대학교 유학동양학부에서 불교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경허, 부처의 거울 중생의 허공〉 등이 있다. 〈경허선(鏡虛禪)연구〉 〈선(禪)으로 꿰뚫는 불교사상사〉 〈간화선(看話禪)의 사상체계〉 등 40여 권의 저서가 근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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